미세기 소식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채소를 맛있게 먹일 수 있을까?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들 편식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한번쯤 겪었을 것이다. 다양한 식재료 가운데 채소는 아이들의 편식 대상 1호다. 김민지 영양사 역시 학교 영양사로 근무할 때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컸기에 부모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 채소 도감》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부모에게 권하는 책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과 함께 서른 가지 채소들의 특징과 역사, 효능 등 알짜 상식이 담긴 책으로 유익하고 흥미롭게 채소에 대해 탐구하며 채소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 보자.
질문1) 이 책을 읽으시고 첫 느낌이 어떠셨나요? 감상은 어떠셨는지, 추천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화나고 뾰로통하고 새침한 표정의 채소 그림이 가득한 싱그러운 색감의 표지가 인상적이었어요. 채소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책을 읽어 보니 오랜 역사 속에서 위상이 달라진 채소들, 오해를 받아 억울한 채소들, 놀라운 효능을 가진 채소들에 관한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 흥미로웠어요. 특히 귀여운 채소 그림들과 함께 에피소드를 소개해서 이 책이 어린이들에게 채소와 친숙해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질문2) 이 책에 나온 채소 중에서 영양사님이 가장 좋아하는 채소는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가장 싫어하는 채소는 무엇인가요? 영양사님은 싫어하는 그 채소를 어떻게 먹고 계신가요?
좋아하는 채소는 가지인데요, 가지는 구우면 수분이 빠지면서 영양 밀도는 더 높아지고요. 또 가지에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고, 이 안토시아닌은 구워도 파괴되지 않고 농축되기에 더 효율적인 섭취가 가능해요. 그래서 저는 가지볶음, 가지구이, 가지롤 등 다양하게 활용해서 요리하는 편이에요.
어렸을 땐 정말 많이 편식을 했는데 요즘은 영양을 생각해서 골고루 먹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중에서도 브로콜리는 잘 먹지 못하는데요. 가르시아 효과라고 들어보셨나요? 어떤 음식을 먹은 뒤 배가 아프거나 구토를 하는 등 다시 먹지 않는 것인데요. 어렸을 때 브로콜리를 먹고 탈이 난 적이 있는데 음식과 연결돼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더라고요. 그래서 브로콜리 같은 경우는 갈아서 계란찜에 넣는다든가, 닭고기튀김과 함께 튀겨 강정으로 만들어 먹는 편이에요.
질문 3) 책에서는 ‘피망을 통째로 구우면 쓰지 않다’거나 ‘데친 시금치를 식히면 떫은 맛이 사라진다’ 등 채소를 맛있게 요리하는 여러가지 팁을 알려주고 있어요. 책 속 요리 팁 중에서 영양사님이 실제로 활용하는 팁이 있으실까요?
토마토는 생으로 먹거나 간편하게 갈아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4퍼센트 밖에 안 돼요. 그런데 가열한 토마토는 우리 몸에 흡수되는 라이코펜 양이 증가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토마토를 갈기 전에 익힌 다음 갈면 더 좋아요. 이렇게 익혀서 간 토마토로 국물 요리를 하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감칠맛까지 더할 수 있답니다. 또 토마토는 지용성이기 때문에 기름에 볶으면 몸에서 흡수가 더 잘 돼요. 라이코펜은 속보다 껍질에 더 많으니 잘 씻어 껍질째 갈아 드시면 좋겠죠.
질문4) 이 책은 채소의 숨겨진 속사정을 재미있게 말해주지요. 영양사님께도 학교 급식 현장에서 채소와 관련된 숨겨진 속사정,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셨나요?
중, 고등학생들도 편식이 심해서 채소를 좋아하지 않아요. 남겨진 채소 반찬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다양한 메뉴들을 제공해 봤어요. 비빔밥이 나오는 날에는 아이들이 평상시 선호하는 나물로 변경해서 제공했고요. 소고기밥에는 콩나물을 넣어 아이들이 선호하는 식재료와 선호하지 않는 식재료를 섞었어요. 점차 아이들에게 채소의 양을 늘려서 제공하니까, 이제는 시금치무침, 오이무침 등 일반적인 반찬 메뉴도 잘 먹게 되었어요.
질문 5) 어린 시절 편식하는 식습관이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아 어렸을 때부터 적정량의 채소를 섭취하는 식단이 중요한데요. 어린이들에게 조금씩이라도 쉽고 간편하게 채소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영양사님만의 꿀팁이 있으시다면 공유해 주세요.
편식이 위험한 것은 여러 영양소를 다양하게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필수 영양소가 어떤 특정 음식에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니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를 찾아보고 보충을 해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콩나물은 먹는데 당근은 안 먹는 아이가 있다면 이건 편식이라기보다 기호의 차이일 수 있어요. 당근에서 놓친 영양소를 다른 녹황색 채소에서 찾으면 됩니다. 영양소는 한 가지 음식에 균형 있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음식에 골고루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조리법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채소를 싫어하면 갈아서 즙을 내어 알록달록 색을 낸다거나 잘게 다져서 볶음밥에 넣는다던가 눈에 보이지 않게 하면 거부감 줄어들어 잘 먹을 수 있어요. 특정한 식감을 싫어한다면 찌거나 볶는 등 조리법을 달리 해 보고요. 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학생들이 가지를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흐물거리는 식감이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지를 튀겨서 탕수육과 함께 제공했더니 잘 먹더군요. 아이가 채소, 고기, 생선 등을 싫어할 때 그것을 잘게 다져서 아이가 좋아하는 식품과 같이 섞어서 조리해서 예쁜 토끼 모양을 만들거나 하트 모양을 만들어 줘도 좋고요. 냄새에 거부 반응이 있으면 냄새를 제거하는 다른 소스를 첨가한다거나요. 아이들이 안 먹는다고 계속 먹으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또 좋아하지 않는 메뉴를 계속 줄 게 아니라 다채롭게 레시피를 변경해서 제공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질문6) 위의 이야기에서 다양한 채소 활용 레시피를 알려주셨는데요.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혹시 급식 현장에서 인기 많았던, 공유해 주실 만한 레시피가 있다면 더 알려주세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에 버섯이나 연근 시금치 등 나물을 다져 넣고 고기 치즈와 함께 제공하면 너무 잘 먹더라고요. 또 생선에 가시가 있고 비린내가 있어 잘 안 먹는데 그럴 땐 순살생선에 치킨튀김가루 또는 전분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겨 주고 반죽에는 다진 당근이나 다진 채소를 슬쩍 섞어 주면 되더라고요. 튀김이 좀 부담된다면 에어프라이기에 기름을 발라 구워도 되고요. 그 다음 알룰로오스에 양파를 갈아서 단맛을 내서 건강하게 양념치킨 소스를 만들어 생선과 버무리면 치킨 못지 않은 맛이 되어요.
또 디저트 베이킹할 때 반죽에 당근이나 시금치 갈아서 반죽 입혀서 알록달록 색을 내고, 호두를 넣었어요. 영양도 있지만 맛도 있어서, 무척 인기 있는 메뉴였답니다. 꼭 한번 시도해 보세요.
질문7) 마지막으로, 채소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을 가진 어린이들, 어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겨 주세요.
채소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으로 인해 아이들이 식사에 대한 부담감이나 거부감을 가지곤 하는데요. 아이가 먹는 행동을 즐겁게 여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식사는 행복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세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채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고 편견과 오해를 풀어 주어 채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더불어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조리 방법을 찾는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아이들이 직접 채소를 길러 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식물이 자라면서 친밀감이 형성되고 식재료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줄 수 있어요. 또 자신이 기른 식재료를 직접 수확해 보는 경험을 통해 자부심이 생기고 이로 인해 싫어했던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되고요. 가정에서 직접 기르기 어렵다면 주말 농장, 농장 견학을 가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지역 축제도 많이 하니 금산인삼축제, 홍천한우축제 등 다양한 농축산물 행사, 해산물 행사 등에 참여해 보세요.
김민지
㈜GS 사원 식당 총괄 매니저로 재직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파주중학교와 세경고등학교에서 영양사로 근무할 당시 로브스터, 전복, 캐비아를 활용한 맛과 영양을 잡은 명품 급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2016년 학생건강증진분야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였고, <유 퀴즈 온 더 블럭> <한국인의 식판> 등 방송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하였으며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